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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 비판
글쓴이 학교급식본부  (홈페이지 구경가기) 2012-10-15 11:00:35, 조회 : 1,791

【판례평석】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 비판

 

 

김종서

배재대 교수, 헌법학

kjsminju@gmail.com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대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이로써 곽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상실하였고 9월 2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그런데 1000만 서울시민의 선택에 의하여 교육감으로 선출된 사람의 당선을 무효화한 판결치고는 대법원판결은 너무나 문제가 많다.

 

첫째, 재판부 구성의 문제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것은 대법원 제2부인데, 2부 소속 전수안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되었던 김병화 후보자의 낙마로 인하여 대법원 제2부는 3명의 대법관밖에 없는 상태이다. 법원조직법상 3명 이상이면 대법원 각부는 재판을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곽교육감 사건을 선고한 대법원 제2부는 이상훈, 신영철, 김용덕 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곽교육감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 선고가 이루어지기 불과 1달 전인 8월 23일까지만 해도 대법원 제2부는 이상훈, 양창수, 김용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달을 겨우 넘긴 9월 27일 선고된 이번 판결에는, 1부로 자리를 옮긴 양창수 대법관을 대신하여 신영철 대법관이 참여하였던 것이다. 산술적으로 신영철 대법관이 이 사건의 심리에 참여한 기간은 고작 1달이다.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지 5개월이 지나 판결을 확정하면서 막상 최종 심리에는 1달밖에 참여하지 않은 신영철 대법관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판결이 매우 변칙적으로 선고되었거나 매우 졸속으로 내려졌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만약 신영철 대법관이 2부에 배속되기 이전부터 심리에 참여해 왔다면 그것은 사실상 이 사건 재판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했으면서도 최종 판결 선고만 제2부에 넘긴 꼴이 되는 것이어서 재판부 구성에 관한 법원조직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그렇지 않고 8월 23일 이후 2부로 자리를 옮긴 신영철 대법관이 그 때부터 심리에 참여한 것이라면 충분한 심리기간을 갖지 못한 것이어서 졸속재판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대법관 2명이 사전에 유죄라는 판단을 예정해 놓은 상태에서, 이 판단에 동의하는 대법관을 자의적으로 배정하여 최종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느 경우이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재판부 구성에 치명적인 하자를 안고 있는 판결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8월말부터 제2부에 배속된 신영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집회 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소속 법관들에게 유죄판결을 종용하여 전국법관회의가 개최될 정도로 법관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인물이라는 사실 또한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둘째, 법리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항소심과는 전혀 다른 법리해석을 하여 항소심 판단의 잘못을 지적하였으면서도, 스스로 제시한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는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원용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적용법조의 위헌 여부를 제외한다면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범죄를 이른바 목적범으로 볼 것인가 여부였다. 제1심 재판때부터 곽교육감 등 피고인들은 이 규정을 목적범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으나 항소심까지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결과 대가성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상황들에 입각하여 유죄판결이 내려졌던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규정이 목적범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목적의 인정을 위한 별도의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항소심이 설시한 내용으로 보아 목적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결론을 내렸다. 목적범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유죄를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목적범임을 전제로 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최고법원이라는 대법원이 내놓은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이래도 유죄이고 저래도 유죄’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단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외형만 더한 셈이다. 이를 두고 과연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양심적인 재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재판의 형식 문제이다. 대법원은 강경선 교수에 대해서는 파기환송을 하면서도 곽교육감에 대해서는 파기자판을 행하였다.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은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판결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이른바 파기자판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보면 대법원은 제1심이나 항소심과는 목적범 여부에 대한 법리해석을 달리 하면서도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하고는 목적범에 해당함을 인정하는 파기자판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원심과 항소심이 조사한 증거만으로는 도무지 목적범에 해당함을 입증할 수가 없다. 원심과 항소심은 일관되게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범죄는 목적범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증거들에 대한 판단을 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법원이 스스로 목적범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새로운 증거나 자료를 제시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결국 이번 대법원판결은 자판을 할 수 있는 요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사건에 대하여 서둘러 자판으로 결론을 지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범죄에 대한 증명 없이 내린 유죄판결로서 명백한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보아야 한다. 최고법원이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재판을 한 것이 이번 판결의 요체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법치주의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넷째, 판결의 일관성 문제이다. 대법원은 곽교육감에 대해서는 목적을 인정하여 유죄의 파기자판을, 강경선 교수에 대해서는 목적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을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목적성 인정과 관련하여 제시한 자료는 항소심의 판단이 유일하다. 그런데 항소심은 곽교육감이나 강경선 교수에 대하여 모두 목적범이 아님을 전제로 대가성의 인식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하였을 뿐이다. 그러니 대법원이 독심술과 관심법을 전개하는 마법사가 아닌 한 동일한 사실판단을 가지고 한 사람에 대해서는 목적을 인정하고 다른 한 사람에 대해서는 목적을 부인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대법원 판시에 의하더라도 금전 지급을 제안한 것은 강경선 교수였고, 곽교육감은 이에 동의함으로써 금전지급이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적극적인 제안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대가 지급의 목적이 없고 그것에 동의한 사람에 대해서는 목적이 있다는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 수 있는지, 관심법이 아닌 다음에야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결국 대법원의 판단은 금전지급에 대한 적극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곽교육감은 선거에 나와서 당선되었으니 목적이 있고 강경선 교수는 선거에 나온 사람이 아니니 목적이 없다는, 지극히 자의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대법원이 하고자 했던 일은 곽교육감을 교육감직에서 쫓아내는 것이었고, 그것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헌법 판단과 법리해석 그리고 증거판단은 모두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한도내에서만 동원되었다. 이례적으로 긴 설시를 통하여 해당 법률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한 것이나, 목적범을 인정한 법리해석, 그리고 곽교육감의 목적을 인정하고 강경선 교수의 목적은 부정한 모순적 판단은 그런 식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헌법이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을 두고 모든 재판의 최종심을 대법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까닭은,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최상위의 서열을 갖는 기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른 엄격한 해석으로 하급심 판결의 모든 측면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가장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라는 취지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을 따로 둘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하여 대법원은 이러한 헌법의 명령과 기대를 배반하였다. 대법원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던 인혁당 재건위 사건 판결에 대한 한 대선 후보의 역사인식이 논란되는 지금, 대법원은 또 한번 그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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